지단의 박치기 사건(2006 독일월드컵 결승)
사람의 뜻은 신의 뜻을 넘어설 수가 없다. 2006 독일 월드컵 결승전,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경기. 이날의 스포트라이트는 프랑스팀의 주장 지네딘 지단에서 시작돼 지네딘 지단으로 끝났다. 지단은 전반 7분 페널티킥 선제골로 팀 우위를 유도했고, 이에 맞선 이탈리아는 12분 뒤 수비수 마르코 마테라치의 반격골로 1-1 균형을 잡았다. 팽팽한 경기는 연장으로 들어갔고, 연장 후반 5분께 피파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사건이 터진다. 측면에서 자주 부닥쳤던 지단과 마테라치가 잠시 언쟁을 벌이고 헤어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돌아선 지단이 마치 들소처럼 마테라치의 가슴팍을 들이 받았다. 워낙 강하게 들이받아 텔레비전을 지켜보던 전 세계 축구 팬들도 깜짝 놀랐다. 심판은 곧바로 레드카드를 꺼내며 지단을 추방시켰지만, 팬들의 궁금증은 커졌다. 매너 좋은 지단이 이유없이 돌출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마테라치가 심한 말을 했을 거야? 그러니 못 참은 거야"라는 지단 옹호론부터,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 머리로 받아보리는 것은 너무 과격한 행동이야"라는 비판까지 다양한 얘기가 나왔다. 외신은 입모양을 통해 말을 추적해내는 전문가까지 동원해 마테라치가 지단의 가족을 모욕하는 말을 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나중에 지단이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돌발적 행동의 이유는, "마테라치가 어머니를 모욕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단 퇴장 뒤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한 경기는 승부차기에서 이탈리아의 승리로 마감된다. 이탈리아는 통산 4번째 월드컵 트로피 쟁취로 브라질(5회 우승)에 이은 최다우승국 반열에 오른다.
그러나 2006 독일 월드컵을 떠올릴 때 사람들은 지중해 바닷물 색깔 유니폼을 입은 아주리 군단의 모습을 기억하지 않는다. 그들이 결승전까지 단 2골만 내주는 '철벽 조직력의 팀'이었고, 23명의 엔트리 가운데 20명이 경기에 나선 '풍부한 재능의 팀'이었고, 이중 10명이 한번씩은 골은 터트린 '결정력의 팀'이라는 사실은 알지 못한다. 마르셀로 리피 이탈리아 감독은 축구는 1명이 아니라, 11명이 하는 팀의 경기라는 것을 축구 교본처럼 보여주었지만, 신의 장난인지 팬들은 지단만을 기억한다. 하긴 기자단 투표로 뽑는 골든볼 수상자는 대개 우승팀에서 나오지만, 기자들은 준우승팀의 주장 지단에게 표를 몰아주었다. 그것도 신의 얄궂은 장난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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